소중한 걸 낭비하는 삶
노태환
노태환
예전에 사주를 봤을 때 "남들보다 5~10년 빠르시네요"라 말씀하셨는데 알고 보니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착실하게 써서 성취가 쌓인다는 말이었다. 혼자 있을 때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 여러 분야의 정보를 읽고 쓰고 듣는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습관이 됐고 즐기고 동기부여가 필요 없이 그냥 한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향까지 한몫해서 연차가 쌓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선택권을 얻기 위해 열심히 사는데 잘 사는 건 아니라 느꼈다.
이 상황에서 최근에 들었던 "소중한 걸 낭비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내가 한없이 시간을 낭비할 때는 소중한 사람과 있을 때인데 신기하게 가만히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안하다. 이번 휴가 때 부산 내려가서 가족에게만 집중했다. 호텔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어릴 적에 처음 아빠랑 단둘이 갔던 영화관에 다시 같이 갔으며, 엄마랑 예전에 살았던 집을 지나 걸어갔고 새벽까지 이야기했으며, 동생과 광안리 해변가부터 수영강까지 라이딩했다. 낭비하려 했던 시간이 오히려 낭비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매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