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의 기형적 구조
노태환
노태환
회사가 연봉 테이블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구직자에게 전 직장 연봉을 공개하라고 하는 건 기형적이다. 가치 평가와 가격 결정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근데 지식 노동자일수록, 업무의 결과를 매출에 직접 연결하기 어려울수록 회사가 개인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몰라서 오는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느낌이 강하다.
가격 결정의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할 만큼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비싸게 샀다고 느끼고 싶지 않아서 전직장 연봉 기준으로 제한선을 둔다는 논리라면 매년 연봉협상에서 화폐 가치의 하락만큼 보전해줄 건가? 서로의 기대치를 먼저 조율하고 회사 상황상 가능한 선에서 시장 가치를 고려해 구직자가 입사 후 연봉에 신경 쓰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대화하는 게 기본이 아닌가.
회사가 구직자를 채용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대안이 있어서다. 마찬가지로 구직자가 입사하지 않는 이유도 다른 대안이 있어서다. 구직자는 능력적 탁월함을 추구하는 게 기본 전략이 되듯이 회사는 업무를 수치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